헬라어 동사 ‘오이코도메오’의 1차적인 뜻은 건물이나 집을 세운다(build)는 뜻이다(마 7:24; 23:29; 막 12:1; 눅 6:48; 벧전 2:7). 더 나아가서 이 단어는 무너진 것을 다시 세운다, 회복한다(build up, edify)의 뜻을 가지고 있다(마 27:40; 막 15:29). 관념적이고 은유적인 뜻으로는 교회나 교인의 성장과 발전을 의미한다: “든든히 서 가다”(행 9:31, 20:32), ”덕을 세우다”(고전 8:1; 14:4, 12; 살전 5:11).

바울은 자신을 예수 그리스도의 터 위에 집을 짓는 ‘지혜로운 건축자’라고 비유한다(고전 3:10). 교회공동체를 집으로 비유하는 바울의 의미 있는 단어가 바로 ‘덕을 세우다’(오이코도메오, 고전 8:1)라는 말이다. 집의 완공을 위해서는 요소들의 조화와 질서가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몸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모든 지체가 자기의 기능과 역할을 하며, 조화와 질서 가운데 있어야 한다. 바울은 고린도 교인들에게 교회를 몸으로 비유하며 건강하고 성숙한 몸이 되는 질서 있는 은사사용을 권면하였다(고전 12장). 바울이 교회공동체를 몸과 건물로 비유하면서 성장과 성숙을 위한 권면으로 사용한 특별한 단어가 바로 ‘오이코도메오’인 것이다(고전 8:1; 14:4, 12).

바울은 당대에 유행하던 스토아 철학적인 삶의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스토아 철학자는 그들의 윤리를 비옥한 땅에 열매 맺는 과일로 비유하였다. 자연과 이성의 법칙을 따르며, 조화와 질서 있는 삶을 사는 것을 윤리적 목표로 강조하였다. 우주(cosmos)가 질서와 조화를 가지고 존재하는 것처럼, 세상의 모든 일은 인과관계로 나타나는 것이며, 자연과 이성의 법칙에 순응하고 사는 조화로운 삶이 행복이라고 하였다. 이런 점에서 운명론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간의 이성에 따르는 현명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통하여 인간의 운명을 좋게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바울의 윤리적 권면은 다분히 스토아적 윤리라고 할 수 있다. 교회를 건물과 몸으로 비유하면서, 튼튼한 건물이 되고, 건강한 몸이 되려면, 그리스도인 개개인이 가진 은사를 서로 존종하고, 그것이 공동체 안에서 조화와 질서를 이루어야 건물은 안전하고 몸은 건강하게 된다는 것이다. 함께 하는 사람들은 감정보다는 이성에 따른 합리적이고 지혜로운 선택과 행동이 필요하다. 몸을 병들게 하는 악, 혹은 건물을 위험에 빠뜨리는 부실한 터와 재료, 그리고 충성되지 못한 일꾼은 결국 조화를 해치는 악에 불과하다. 하나님의 은혜의 경륜으로 하나님의 큰 집(세상)이 다스려지는 것처럼,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작은 집(교회)을 섬길 때에 질서와 조화로 섬겨야 한다.

스토아적 물리학과 신학에서 최상위의 힘은,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하나님, 제우스, 창조적 불, 에테르, 세계의 이성, 혹은 세계의 영혼, 자연의 법칙이라고 부르는 일원론적 절대적 힘이다. 여기로부터 만물이 탄생하였고 만물이 그것을 위하여 있는 것이다(고전 8:6). 이 최상위적 존재에 기인할 때에 궁극적 질서와 조화가 만들어진다. 이런 관점에서 “바울이나 아볼로나 게바나 세계나 생명이나 사망이나 지금 것이나 장래 것이나 다 너희의 것이요, 너희는 그리스도의 것이요,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것이니라”(고전 3:22-23)고 권면하며, 교회 안에서의 파당과 분쟁이 얼마나 헛된 것인지를 주지시킨다.

‘사랑으로 덕을 세운다’(오이코도메오)는 바울의 말은 스토아 철학자들이 이성과 합리성으로 추구하는 질서와 조화, 그 결과로 목표하는 apatheia(평정심)을 넘어서서, 그리스도인은 사랑이라는 최고의 가치로서 하나님의 영광이라는 최고의 윤리와 도덕적 삶을 실천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