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의”에 대한 묵상

“자기 의”는 헬라어로는 ‘텐 이디안 디카이오쉬넨’인데 "하나님의 의”(텐 디카이오쉬네 투 쎄우) 에 반대 되는 개념으로 성경에 등장한다. “자기 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구절 중 우선 읽을 곳은 마태복음 6장 1절의 말씀이다. 이 말씀은 새번역에 아래와 같이 번역되어 있다.

마 6:1 "너희는 남에게 보이려고 의로운 일을 사람들 앞에서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이 번역은 마치 “의로운 일”을 남 앞에서 하지 말라는 교훈으로 들린다. 그런 번역이 마치 그 아래 3절의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와 쌍을 이루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원어는 “너희는 사람들 앞에서 ‘너희의 의’를 행하지 않도록 조심하라”에 가깝다. 이 구절을 통해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너희의 의(디카이오쉬네 휘몬)”는 “자기 의”의 다른 표현이다. 그렇다면 “자기 의”는 무엇을 말할까? 이를 알게 해 주는 구절은 누가복음 18장에 실린 비유의 말씀이다.

눅 18:9 스스로 의롭다고 확신하고 남을 멸시하는 몇몇 사람에게 예수께서는 이 비유를 말씀하셨다.

이 구절만큼 “자기 의”를 간명하게 정의 내리는 구절도 없다. “자기 의”는 1. 스스로를 의롭다고 여기며 2. 이에 근거하여 다른 사람을 멸시하는 태도이다. 조금 더 풀어서 정의 내려보자면, 자기가 이룬 것(성취), 자기가 가진 것(소유), 자기가 행한 것(사는 방식)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여 다른 사람들 위에 자기 자신을 높이 올려, 다른 사람을 판단하고 정죄하는 태도를 말한다. 자기 자신의 성취와 소유와 사는 방식에 굉장한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 때문에 자신 역시 주의 은혜로 사는 한낱 피조물이요 구원받아야 할 죄인이라는 것을 잊고, 자신의 눈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남의 눈에 있는 티끌만 보는 태도 말이다.

“자기 의”를 “하나님의 의”와 대비시키며 신학적 논술을 펼치는 구절은 로마서 10장이다.

롬 10:3 그들은 하나님의 의를 알지 못하고, 자기 자신들의 의를 세우려고 힘을 씀으로써, 하나님의 의에는 복종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4 그러므로 그리스도는 율법의 끝마침이 되셔서, 모든 믿는 사람에게 의가 되어 주셨습니다.

여기서 “그들”은 유대인을 지칭한다. 그들은 “하나님의 의”를 알지 못하고, “자기 자신들의 의”를 세우려고 힘쓰는 사람들로 특징 지워졌다. 3절의 이유 때문에 하나님께서는 그리스도를 보내셔서 율법의 끝마침(텔로스 노무)이 되게 하셨다. 우리가 하나님의 의를 입는 것은 이제 율법을 통해서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라는 말이다. 예수께서 이루신 "하나님의 의”가 우리에게 입혀진다. 우리가 예수를 믿을 때 말이다.

이때 “믿음”이 무엇을 말하는지 잘 보여주는 구절은 고린도후서 5장 21절인데, 이 구절이 보여주는 것은, 믿음은 마음이나 생각의 무엇을 의미하는 말이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 있는 실존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고후 5:21 하나님께서는 죄를 모르시는 분에게 우리 대신으로 죄를 씌우셨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의가 되게 하시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