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다/조사하다(다라쉬)


유대교 전통에서 토라를 해석하여 쓴 책을 가리켜 ‘미드라쉬’라고 부른다. 훌륭한 랍비들이 나타나서 성경의 말씀을 자기가 사는 시대의 정황에 맞추어 시의적절하게 해석해 내는 작업이 이어졌다. 랍비들은 자기들이 속한 학파에 따라 미드라쉬들을 출간하였다. 이 가운데 토라를 기독론으로 해석해낸 글들은 모여서 신약성서가 되었다. 그러나 정통 유대교는 예수를 토라해석의 중심에 두었던 기독교를 배척하고 이단으로 정죄하였다.

‘미드라쉬’란 명사는 “다라쉬”라는 동사에서 파생하였다. 동사 '다라쉬'는 ‘샅샅이 찾다/조사하다/연구하다’란 뜻이다. 이 동사는 창9:5에 처음 나온다. 우리말 역본들은 '찾다'(개역), '보복하다'(새번역), '앙갚음하다'(공동역), '책임을 묻다'(천주역), 등으로 다양하게 번역했다. 동물을 잡아 육식을 할 경우 생명이 담겨 있는 피를 먹으면 그 먹은 피를 포식자의 몸에서 기어코 찾아내겠다는 뜻이다. 이런 뜻을 바탕으로 하여 '다라쉬'를 '보복하다', '앙갚음하다', '책임을 묻다'라고 다양하게 번역한 듯하다.

'다라쉬'는 창세기에 다섯 차례 나오는데 창25:22에서는 하나님의 뜻을 묻는 행위를 묘사한다. 리브가가 쌍둥이를 베었는데 그 둘이 태 안에서 서로 싸웠다(창25:22). 무척 당황스럽고 고통스러운 산모는 너무나 힘들어서 여호와께 물었다. “찾다”란 관념 위에 문제해결을 구하며 기도한다는 의미의 “묻다”란 관념이 더 붙어 발전하였다. 이 동사는 창세기에 딱 세 차례만 언급된다.

출애굽기에는 이 동사가 딱 한 번만 등장한다. 천부장과 백부장과 오십부장과 십부장을 세워 백성의 송사를 그들에게 위임하는 장면(출18:15)에서 사용된 “백성이 하나님께 물으려고 내게로 옴이라”(개역)란 문장의 “묻다”라고 번역된 동사가 ‘다라쉬’이다. 레위기에서도 딱 한 차례 언급된다. 레10:16에 “모세가 속죄제를 드린 염소를 찾은즉”이란 문장이 있다. 개역은 “찾다”라고 번역하여 원래의 의미를 살렸다.

오경에서 이 동사가 가장 많이 언급된 책은 신명기이다. 무려 14번이나 나온다(신4:29; 11:12; 12:5, 30; 13:15; 17:4, 9; 18:11, 19; 19:18; 22:2; 23:7, 22, 22). 야훼를 찾으면 만날 것이라는 신학사상이 신명기 4장에 나타난다. 하나님께서 항상 “땅을 돌보신다”는 표현에 동사 ‘다라쉬’가 사용되었다(신11:12). 신명기법 서두에 이 동사는 성소와 관련되어 있다. 하나님께서 이름을 두시려고 택하신 장소를 “찾아내어” 그곳으로 가서 예배를 드려야 한다(신12:5). 가나안의 신들을 "탐구하여" 그 신들을 섬기려는 생각은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신12:30). 우상을 숭배한 혐의나 범죄가 발생하면 그것을 “자세히 조사해야” 한다(신13:14[15]; 17:4). 해결하기 어려운 분쟁이 생기면 그것을 제사장에게 가지고 가서 “물어 보아야” 한다(신17:9) 등이 있다.

지금까지 오경에 나타난 동사 ‘다라쉬’의 모든 경우를 찾아보았다. 어떤 물건이나 대상을 찾는 행위로부터 어떤 사실을 탐구하는 행위를 포함하여 제사장의 판결을 구하거나 하나님의 뜻을 묻는 행위까지 폭넓게 이 동사가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심지어 박수나 무당에게 묻는 행위를 묘사할 때조차 이 동사가 사용되었다. 그러므로 여기서 '미드라쉬'라는 명사가 파생했다는 것은 성경 말씀을 이해하기 위해 얼마나 섬세한 연구작업이 필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오늘도 이 땅의 목회자들 역시 설교 준비와 교인 심방 및 개인 묵상을 위하여 성경 말씀을 부지런히 연구함으로써 우리 시대를 향한 하나님의 뜻을 알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