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권에 따라 먹는 음식이 다르지만, 주식에 해당하는 음식이 있고 주식 외에 별미로 먹는 음식이 있다는 점은 같다. 전자를 staple food라고 하는데, 끼니마다 반복적으로 먹는 음식이다. 한식에서는 밥(쌀)이고 예수님이 사셨던 지중해 문화권에서는 빵(밀)이다. 그렇다면 지중해 문화권 사람들의 식생활에서 예나 지금이나 별미로 가장 많이 먹는 음식은 무엇일까? 포도(주), 무화과, 올리브이다. 팔레스타인을 포함한 지중해 문화권에서 이 세 열매는 스테이플에 더해지는 별식이요, 스테이플만큼이나 자주 먹는 제2의 스테이플이라 할 수 있는 음식이다.

이 세 열매 중 포도와 무화과는 구약 성경에서부터 짝을 이루어 여러 번 등장한다. 예를 들어 열왕기하에서 앗시리아 왕이 히스기야 왕에게 사신을 보내어 유대 사람들을 협박할 때에, 자신에게 항복하면 “각각 자기의 포도나무와 자기의 무화과나무에서 난 열매를 따 먹게 될 것”(왕하 18:31)이라고 외치게 하였다. 여기서 포도와 무화과는 평화로운 이스라엘을 상징하는 데 사용되었다. 미가 선지자는 그런 평화는 세상의 왕이 보장해 주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믿고 살 때 하나님께서 주시는 것이라 선포하였다. “사람마다 자기 포도나무와 무화과나무 아래 앉아서, 평화롭게 살 것이다.”(미가 4:4) 앗시리아 왕이 사용한 표현을 미가 선지자가 그대로 사용한 것으로 보아, “자기 포도나무와 무화과”를 먹는다는 것은 이스라엘 백성들 사이에 대대로 내려오는 평화의 표징으로 볼 수 있다. 또 사무엘상에서 아비가일이 다윗에게 보내는 선물 목록 속에 건포도 뭉치 백 개와 말린 무화과 뭉치 이백 개가 포함된 것을 볼 수 있다. 포도와 무화과는 귀한 분에게 보내는 선물로 손색이 없었고, 만약 판사에게 포도와 무화과를 선물로 보낸다면 뇌물로 여겨졌을 정도였다. 무화과는 심지어 치료 약으로도 사용되었다. 히스기야 왕이 병들어 죽게 되었다가 기도하고 나을 때 그의 상처 부위에 붙인 것은 무화과 반죽이었다(왕하 20:7).

무화과는 헬라어로 “쉬케”이다. 무화과가 포도와 다른 점이 있다. 포도는 주로 포도밭에서 경작하는 과수 작물이었던 반면 무화과는 밭에서 재배하기도 하였지만, 포도밭 모퉁이나(눅 13:6) 길가에서 몇 그루씩 자라는(마 21:19, 막 11:13) 형태가 많았고 포도나무와 비교해 야생도 많았다. 집 마당에 무화과나무가 있다 할지라도 포도나무보다 손이 덜 가고 재배가 쉬워 누구나 열매를 얻을 수 있는 생활밀착형 식물이 무화과였다. 무화과나무가 자라는 이런 재배 형태 때문에 길을 가시던 예수님께서 무화과나무를 만날 수 있었고, 그 열매를 드시려 했다.

지중해 문화권에서 자라는 무화과는 큰 나무로 자라는 품종이었다. 좋은 조건에서 잘 자란 무화과나무는 거의 10미터까지 자랐고, 굵기는 1미터에 달하도록 튼실한 나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멀리서 보았을 때 한눈에 도드라지는 나무였고(막 11:13) 그 나무 그늘 아래에 쉼터를 제공하는 나무였다. 삭개오가 올라간 나무도 새번역은 “뽕나무”라고 말하지만 개역개정이 번역한 “돌무화과나무”가(눅 19:4) 원어 “시코모레아”에 더 가깝다. 무화과 닮은 나무였다.

이런 무화과는 하나님이 주신 최고의 별미였다. 포도나 올리브보다 구하기 쉬운 데다가 맛과 영양도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열매 없는 무화과나무는 이스라엘이나 예루살렘에 비유되었다. 하나님께서 주신 최고의 맛을 내야 하는 공간/사람이 그것을 못 내고 있는 모습이 덩치는 크고 잎은 풍성한데 막상 열매가 없는 무화과 같았기 때문이다. 누가복음 13:6-9의 예수님의 비유가 이것을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