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이라고 번역한 명사 “네가”에 대하여

동사 “나가”는 신체나 물체에 접촉하는 동작을 가리킨다. 사전의 정의를 보면 ‘접촉하다touch /닿다reach /치다strike’라고 되어 있다. 이 동사는 구약성경에 150회 언급된다. 여기에서 파생한 명사는 “네가”인데 ‘재앙plague /질병disease/ 발작stroke’이란 뜻이다. 접촉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질병이란 개념과 이어지는지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병자와 접촉하면 감염된다는 통념과 성경의 감염 관념은 좀 다른 것 같다.

질병을 뜻하는 명사 “네가”는 레위기 13-14장에 주로 많이 언급된다. 레위기 13장에는 38회, 14장에는 14회, 도합 52회 반복되어 나온다. 새번역은 이것을 “감염”이라고 옮겼는데 이 번역어가 13차례 나타나고 있다(레13:2, 3<4x>, 9, 13, 17, 20, 22, 25, 27, 43). 그러나 여기서 "감염"이란 병자와 접촉하여 전염병에 걸린다는 뜻이 아니다. 왜냐하면 무서운 전염병이 생기는 것은 하나님의 진노하신 손길이 치셨기 때문이라는 관념이 히브리어에 더 강하게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와 유사하게 전염병을 가리키는 용어로서 “네게프”와 “막게파”가 있다. 이 명사들은 ‘때리다/치다’라는 동사 “나가프”에서 파생했다. 하나님께서 손으로 내려치신다는 동작에서 전염병이 생긴다는 관념이 전제되어 있다. 이러한 생각은 민수기 16장과 사무엘하기 24장과 같은 이야기에 나타나고 있다. 고라와 다단과 아비람과 온이 반역을 일으켰을 때 하나님이 진노하셔서 전염병이 돌았다. 야훼께서 진노하시어 그 격분이 터져나오면 세상에 전염병이 발생한다. 이러한 성경의 말씀은 일반인에게 오해의 소지가 많다. 자칫 전염병을 하나님의 폭력 탓으로 오도할 수 있기 때문에 특별히 신학적 고찰이 필요하다.

성경의 신학은 전염병에 대한 이해까지도 처음부터 끝까지 창조신앙에 기초해 있다. 지구에 도시문명이 발달하고 대도시들이 등장하고 탄소가 엄청나게 배출되자, 공기가 오염되고 기온이 올라가면서 해수면이 올라고 자연재해가 수시로 발생한다. 도시에 육류를 공급하는 축산업이 부패하여 수많은 가축들을 살처분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조류독감이 밀려오고 돼지 열병이 덮치는 가운데 코로나19와 같은 무서운 전염병이 창궐하고 있다. 이 모든 재앙은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지 않아서 생긴 것임을 성경은 누누이 경고하고 있다.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지 않으면 저주를 받는다고 엄하게 경고하고 있다(출애굽기23장; 레위기26장; 신명기28장). 이처럼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지 않고 제멋대로 살다가 당하는 재앙이 전염병이다.

다윗이 늙어서 말년에 믿음이 약해졌다. 그는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모든 전쟁을 겪어왔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늙은 다윗은 육체와 더불어 믿음마저 약해져 마침내 인간의 힘에 의존하려는 불신앙에 빠졌다. 늙은 왕 다윗은 이스라엘 군대에 징집할 수 있는 백성이 얼마나 되는지 인구조사를 실시하였다. 다윗의 불신앙은 하나님의 노여움을 사고 말았다. 하나님의 노여움이 터져 나오자 사흘 동안 전염병(데베르)이 퍼져 7만 명이나 되는 많은 백성이 죽었다(삼하24:15). 인류의 역사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평화의 법도를 다윗 왕은 어기고 말았으며 그에 대한 인과응보의 결과가 전염병으로 나타난 것이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에는 일정한 법칙이 있다. 그것이 말씀, 곧 로고스이다. 인간이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살지 않는 문명생활에서 전염병과 같은 재앙이 발생한다. 하나님께서 치시면 전염병이 발생하여 인간에게 방탕한 삶을 돌이키라는 경고음이 울려 퍼진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회개할 과제가 매우 선명하게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