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세메이온)

요한복음 20장 30-31절에는 요한복음의 저자가 복음서를 기록한 목적을 서술하고 있다. “예수께서 제자들 앞에서 이 책에 기록되지 아니한 다른 표적들(세메이아)도 많이 행하셨으나, 오직 이것을 기록함은 너희로 예수께서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심을 믿게 하려 함이요, 또 너희로 믿고 그 이름을 힘입어 생명을 얻게 하려 함이니라.” 저자는 적어도 예수님이 행하신 기적들을 통하여,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이 생기고, 더 나아가서 생명을 얻는 역사를 기대하고 있다. 예수님의 행하신 일들을 다 기록하지 못하고 선택적으로 기록하였는데, 그것들을 저자는 특별히 표적(세메이온)이라고 지칭함을 암시하고 있다.

표적이라고 번역된 ‘세메이온’은 몇 가지 뜻을 가지고 다양하게 한글성경에서 번역되고 있는데, 가롯 유다는 예수를 잡으려는 군병들에게 예수에게 입 맞추는 ‘암호(마26:48)’를 사용하였다. 바울은 자신의 편지를 누군가에게 대필하게 하고, 마지막 인사를 친필로 쓰면서 자신의 편지임을 ‘표시(살후3:17)’ 하였다. 예수님은 하늘의 징조를 보고 날씨를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시대를 분별하는 ‘징조(마16:3)’가 있다고 말씀하셨다. 사도 바울은 아브라함이 받게 된 할례를 인침을 받은 ‘표시(롬4:11)’라고 말한다. 유대인 지도자들은 예수님이 메시아이심을 증명하기 위해 하늘로 오는 ‘표적’을 요구하였다(마12:38, 16:1). 이 ‘표적’이라는 것은 신적이고 초월적 능력으로 보여주는 기적을 말하고 있다(고전1:22). 초대교회의 사도들은 복음의 전파와 함께 많은 ‘표적’을 행하였다(행2:43; 고후12:12). 하지만 이 표적들은 거짓 그리스도들과 거짓 예언자들도 행할 수 있는 것들이다(마24:24). 예수님은 말세에 다양한 자연재해와 하늘의 ‘징조들’이 나타날 것이라 예언하였다(눅21:11). 신약성경은 조금씩 문맥과 의미는 다르지만 세메이온을 번역하기를 표적, 표징, 징조, 표시, 암호 등으로 번역하고 있는데, 이 단어의 공통적 의미는 현재나 미래의 무엇인가를 나타내고 예시하는 특별하거나 초월적인 사건, 일, 이적 등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요한복음에서는 표적(세메이온)이라는 말을 예수님께서 갈릴리 가나의 혼인 잔치에서 물로 포도주를 만드는 기적을 ‘첫 표적’이었다고 말하는 데서 처음 등장한다(2:11). 그리고 왕의 신하의 아들을 고쳐주신 병 치유를 ‘두 번째 표적’이라고 말한다(4:54). 예수님의 표적(세메이온)을 처음에는 순서대로 나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음 이야기에서 다른 표적들은 순서를 매기지 않는다. 하지만 공관복음서에서와 마찬가지로, 요한복음의 예수님은 표적을 요구하는 유대인들에 대한 거부감을 보여주고 있다(마12:39; 16:4; 막8:12; 요4:48).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한복음의 저자는 표적들을 요한복음 12장까지 나열하면서, 표적들과 그와 관련된 예수님의 담화들을 고난 이야기 전에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물로 포도주를 만드는 기적, 신하의 아들 치유, 베데스다 연못가의 병자 치유, 오병이어의 기적, 물 위를 걷는 기적, 나면서 맹인 된 사람의 치유, 죽은 나사로를 살리는 기적, 이 7개의 표적을 요한은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는 표적의 이야기로 나열하고 있다. 표적에 대한 예수의 거부감을 말하면서도, 결국 표적(세메이온)은 예수의 그리스도 되심과 신성을 나타내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하지만 요한복음의 최종적 저술 혹은 편집에서는, 표적을 구한 군중들의 믿음은 신뢰할 수 없는 것이고, 오병이어의 기적을 체험한 많은 군중들도 결국 예수와 함께 다니지 않게 되었음을 결론적으로 말한다(6: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