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보(로게이아, λογεία)

사도 바울의 선교사역 가운데 이방인 교회들에게 빠짐없이 하게 하는 특별한 일은 구제헌금을 거두어 예루살렘 교회를 돕는 것이었다. 고린도 교인들에게 바울은 편지하기를 “성도를 위하는 연보(로게이아 λογεία)에 관하여는 내가 갈라디아교회들에게 명한 것같이 너희도 그렇게 하라”(고후 16:1)고 권하면서, 이 연보를 거두어서 교회가 인정한 사람에게 편지를 동봉하여 “너희의 은혜(카리스 χάρις)를 예루살렘으로 가지고 가게 하리라”(고후 16:3)고 한다.

여기에서 ‘연보’라고 번역된 헬라어 λογεία (로게이아)는, 바울서신이나 신약성경 전체에서도 한 번 밖에 사용되지 않지만, 이 연보가 뜻하는 구제헌금을 바울은 여러 가지 다른 용어로 표현한다.; “은혜의 일”(고후 8:19), “너희의 사랑과 너희에 대한 우리의 자랑의 증거”(고후 8:24), “성도를 섬기는 일”(고후 9:1). 예루살렘교회를 돕는 연보가, 일종의 은혜(카리스 χάρις)이고, 사랑(아가페 ἀγάπη)이고, 성도를 섬기는 일(디아코니아 διακονία)이라고 말한다.

연보라는 명사 λογεία(로게이아)는 ‘돈이나 세금을 모으다’라는 동사 λογεύω(로게우오)로부터 만들어진 명사이다. 그래서 로게이아는 특별히 거두는 세금을 뜻하는 말이었다. 또한 특별한 종교적 목적을 위해 거두는 세금을 뜻하기도 하였는데, 신전의 행사나 종교 축제를 위한 세금이었다. 바울이 이 로게이아(λογεία)를 사용하는 것은, 모든 유대인들로부터 거두어들이던 종교세 같았던 반 세겔(두 드라크마에 해당되는 헬라주화 디드라크마 δίδραχμα)의 성전세(temple tax)와 구별하려는 것이었다(출 30:13; 느 10:31). 예루살렘 성전세를 받기 위하여 가버나움에 찾아온 사람들에게 예수님은 물고기 입에서 한 세겔을 얻어서 자신과 베드로를 위하여 성전세를 내었다(마 17:24-27). 당시에 디아스포라 지역에서 조차도 예루살렘 성전을 위하여 유대인들은 성전세 의무를 행하였는데, 아마 바울은 이것과 구별되는 의미로서 예루살렘 교회의 가난한 성도를 돕는 자발적 구제기금의 의미로 로게이아(λογεία)라는 용어를 택한 것이다.

가난한 성도를 돕는 것은 사도행전에 나타난 예루살렘교회 이야기에서 분명히 보인다(행 2:43-45; 4:32-35). 자신들의 밭을 팔아 ‘사도들의 발 앞에 둔다’는 표현은, 가난한 성도들을 위한 구제헌금한 것을 의미한다. 이 헌금에 동참한 사람이 바나바였고(행 4:36), 이것을 모방하다가 탐욕으로 불행을 당한 것이 아나니아와 삽비라 부부였다(행 5:1-11). 로게이아(λογεία)는 일종의 가난한 성도를 위한 헌금 작정(fund raising)이었는데, 이 헌금을 가지고 가난한 과부를 돕는 예루살렘교회의 모습이 사도행전 6장의 이야기이다. 가난한 예루살렘 성도를 돕는 것이 사도들의 주요 사역이었기에, 바울의 갈라디아 편지에도 바울의 이방인 선교사역을 인정한 예루살렘의 사도들은 그에게 이방선교를 할 때에 ‘가난한 자들을 기억해 달라’(갈 2:10)는 부탁을 하였고, 바울은 ‘본래부터 힘써 행하여 왔다’고 응답한다.

로게이아(λογεία)의 역사적 중요성은 사도행전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바나바와 사울의 초기 선교사역과(행 12:25), 바울의 변론에서(행 24:17), 부조(디아코니아 διακονία) 혹은 구제(엘레모수네 ἐλεημοσύνη)라고도 표현된 이 구제헌금은 전적으로 예루살렘의 구제사역을 위한 이방 교회의 헌금이었다. 바울은 로게이아(λογεία)를 고난과 박해가 기다리는 예루살렘으로 기어이 가지고 간 것은 이방인 크리스천들에 대한 율법의 짐을 가볍게 해 준 예루살렘교회에 대한 답례였고, 예루살